문서진 작가의 『Tactile Recall 맨질맨질하고 딱딱한 삶에 대한』은 이십여 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를 오래전부터 떠올려 보며, 그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기억을 긁어 모으며 시작되었다. 대화한 기억보다 몸으로 부대낀 추억이 더 선명했던 작가는 그가 ‘살아낸 시간’을 신체의 변화와 언어습관, 반복된 행동에서 반추하며 몸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을 제작한다. - 유은순, 「늙음, 부재, 사랑」, 문서진 개인전 도록 발췌.
책에서는 어떤 반복된 행동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이들어가는 감각과 질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맨질맨질하고 견고했던 종이는 점점 얇고 비교적 거친 질감으로 변화해가며 늘어져가는 세월의 시간을 경험해볼 수 있다. 또한, 할머니의 글씨체가 담긴 전화번호부나 작업실이 찍힌 페이지는 작품의 파편적인 서사를 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