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시작과 마무리를 모두 네팔 히말라야에서 했습니다. 2019년, 그 해는 저를 꼼짝달싹 못하게 하던 삶의 무력감과 유독 열렬히 투쟁하던 한 해였습니다. 히말라야에 가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네팔로 향했습니다. 저의 계획이라곤 오래된 필름 카메라 두 개와 필름 열 롤을 챙기는 것이 전부였죠.
고산을 오른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길고 험한 여정이었습니다. 산을 점점 더 높이 올라갈 수록 저는 더 작아졌습니다. 살을 에는 추위, 배낭의 무거움, 발목의 통증, 난방이 되지 않는 방, 그런 것들도 함께 작아졌습니다. 그걸 깨닫는 순간엔 주저 없이 셔터를 눌렀습니다.
사진집은 해발고도를 따라 전개됩니다. 먼저, 사진집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페이지를 펼쳐주세요. 산행을 하듯 책장을 한 장씩 쌓으며 올라가 주세요. 익숙하지 않은 이 방식이 조금 어색하고 힘겨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산행이라는 것이 원래 그렇지 않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