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ᄎ은 빛이 한꺼번에 눈에 들어와 생기는 차갑고 순간적인 상흔을 닮았다. 빛이라는 단어가 빛처럼 생겨서 좋다. ᄎ은 둘로 갈라지는 잔가지나 철제 몸체를 이용해 눈을 속수무책으로 찌른다. (5쪽)
그러나 때로 맞춤 가구처럼 가둬지는 부분도 위안을 준다. 빛이라는 단어가 빛처럼 생겨서 좋다. (7쪽)
- 『빛이라는 단어가 빛처럼 생겨서 좋다』 중
'필연은 습관' 시리즈는 문장을 사용하는 규칙을 두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같은 단어 혹은 문장이 쪽마다 반복되어 등장합니다. 희미하게 떠오른 문장의 실체는 얇은 페이지가 쌓이며 진해집니다. 한 문장 앞에 멈춰 몇 분 동안 바라보거나, 몇 번씩 되뇌어볼 수 있습니다. 10명의 시인이 필연과 습관 사이 각자만의 지점에서 적은 글을 작은 낱권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연덕 · 시인. 2018 <대산대학문학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첫 시집 『재와 사랑의 미래』를 냈다.
*두꺼운 표지에 내지 마지막 페이지가 접착되어 있습니다. 강하게 당기면 뜯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