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에서 나는 늘 감정에 속수무책인 사람, 다가오는 파도에 영리하게 도망가기보단 그대로 휩쓸리고 마는 모래성 같은 사람이지만, 그들은 나를 거친 파도를 뚫고 가는 서퍼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데, 그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오히려 먼저 연락을 안 하게 되더라는 말을 쭈뼛쭈뼛 던져 보았다.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나를 떠나거나 싫어할 리 없는 좋은 이들이지만, 이상하게도 아직은 서프보드를 끌고 바다로 나갈 정도의 힘은 있는 사람으로 그들 곁에 좀 더 머물고 싶다. (26쪽)
작가/출판사
김림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10
판형(세로/크기비교용)
180
페이지
184쪽
출판년도
2021
판형(화면표시용)
110 x 180 mm
[16차 입고] 우울증과 홈파티 · 김림
12,000
김림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습니다. 돈을 벌고도 기쁘지 않아 2년 만에 덜컥 회사를 나왔고, 독서 모임을 여는 와인바를 차렸고,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을 땐 절대 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글로 쓸 만큼, 저는 딱 그만큼 더 나아왔습니다.
넓은 곳에 저를 조금씩 꺼내어두는 연습을 하며 기록한 것들을 책으로 엮었습니다.
우울증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꼭 대놓고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꺼내어두기만 해도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고 누군가 광장에 외출할 마음이 든다면, 저는 조금 더 가벼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