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음악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평소에 취향을 모아둘 만큼 그의 삶이 여유롭지 못했을 뿐이다. 열어둔 창가에 달아둔 풍경이 살짝 울렸다. 결국 그는 선곡을 포기하고 요리에 집중하기로 했다. 왜 자신은 이런 저녁에 어울리는 음악 하나 만들지 못했나 싶어졌다. 저녁에 어울리는 노래, 그건 너무나 흔한 주제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특별한 주제만 궁리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그는 재료들을 볶으며 어울릴 곡들을 상상했다. 저녁의 준비부터 식사 시간이 끝날 때까지 틀어두면 좋을 음악들을. 이것저것 기준도 생각해보았다. 너무 오랜 추억이나 삶의 회한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싫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고자 한다면 외국 음악을 듣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는 이 시간을 살짝 한 번 복돋아주어 불안하지 않은 밤으로 안내할 수 있는 음악이면 싶었다. (14쪽)
작가/출판사
김목인 · 픽션들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26
판형(세로/크기비교용)
188
페이지
180쪽
출판년도
2022
판형(화면표시용)
126 x 188mm
[5차 입고] 미공개 실내악 · 김목인
14,000
김목인 · 픽션들
특별한 건 없지만 온갖 일이 일어나는 동네, 동네 이웃에게 영감을 얻어 써내려간 24개의 멜로디. 음악가로 경험한 별의별 대기실 풍경, 무대의 안과 밖에 대한 통찰. 음악가이자 번역가인 김목인의 다양한 시선을 모았다. 4악장으로 구성해 글, 악보, 그림을 담았다.
저자 김목인은 관찰자로서 동네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이웃을 글감으로 삼는다. 이름 모를 사람들에 대한 무심하면서도 다정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동시에 이들의 이야기를 영감으로 삼아 글 말고도 곡을 쓰고, 악보를 기재했다. 이어서 음악가로서 경험한 무대 안팎을 살피고, 공연을 위해 다녀간 다양한 대기실 유형을 글과 그림으로 정리했다.
한편 『미공개 실내악』은 출판사 픽션들이 선보이는 앤솔로지 시리즈 ‘1인들’의 첫 번째 책이다. ‘1인들’은 작가 한 명이 쓰는 여러 가지 모양의 글을 한 다발로 묶어 발행하는 시리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