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와 슈바르츠와 쿠로와 현』은 다양한 시공간을 넘나들며 ‘검정’을 탐구하는 책이다. 서술자가 계속해서 바뀌는 책의 시선은 먹, 타투, 블랙홀, 만년필, 검은 고양이, 동굴 등 ‘검정’과 관련한 여러 소재와 미술 작품들을 경유하며 삶의 흔적으로서 ‘검정’이 지닌 다양한 표정을 포착한다. 감염병의 시대에 하나의 가상 전시를 구성하듯 쓰인 『노아와 슈바르츠와 쿠로와 현』은 소설과 비소설의 경계에 위치하는 책이기도 하다.
“검정에 관해 줄곧 생각하면서 한 무더기의 시간을 통과했다. 안팎으로 춥고 어두운 시간이었다. 이 책은 검정이라는 단어 하나가 불러낸 여러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장면이 나에게 속하는 것이든 아니든, 모두 동등하게 다루며 기록했다. 하나의 집을 짓는 대신에 통로 비슷한 것을 여러 개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다. 그것이 입구와 출구를 온전히 갖춘 통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읽는 다른 누군가에게도 길 잃어볼 만한 어둠이라면 좋겠다.” – 저자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