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열화된다. 잔상은 눈과 스크린을 타고 옮겨가는 동안 찢어지고 누락된다. 누군가의 눈에, 카메라의 유리눈에 닿았던 장면은 흘러내린다. 조금씩 눈치채지 못할 만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럼에도 잔상을 복원하고 복기하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잔상의 일부는 지금-이곳으로 다시 불려오고, 다른 일부는 망막의 일부가 되어 몸의 일부가 되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93쪽)
작가/출판사
이민지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70
판형(세로/크기비교용)
240
페이지
168쪽
출판년도
2021
판형(화면표시용)
170x240mm
고스트 모션 · 이민지
25,000
이민지
사진작업 <고스트 모션 Ghost Motion>에서 작가 이민지는 요가하는 사람, 드러머 등
타인의 몸을 바라본다. 그는 몸과 마음의 리듬을 일치시키려는 요가의 호흡이, 악보의
리듬과 자신의 몸을 맞추는 드러머의 몸짓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가운데에서 그 잔상들을
카메라로 포착한다. 그의 작업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
“우리의 몸은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타인의 몸 어디까지 연결되고 어디까지 멀리 나아
갈 수 있을까.”
이동이 멈춘 시공간에서 자신의 몸과 타인의 몸을 새삼 확인하게 된 작가 이민지는 미세하게 진동하는 몸과 몸짓들을 관찰하며 작업 <고스트 모션>을 완성해 전시로 선보였
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고스트 모션’은 악보에 표기되지 않은 동작으로, 연주하는 곡의
박자를 맞추기 위해 드러머가 몸의 일부를 일정하게 움직이는 몸짓을 의미한다. 요가 수련자는 자신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동작을 반복하고, 연주자는 입술을 조그맣게 움직여 박자를 세면서 자신만의 타임라인을 재생한다.
전시로 소개된 <고스트 모션>은 이제 책을 통해 새롭게 변주되어 독자들을 만나고자 한다. 동작과 동작 사이, 장면과 장면 사이에서 탈락하는 것들(잔상, 숨, 소리, 진동, 촉각
의 감각)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고스트 모션’을 책 속에서 링크/싱크되는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책에는 <고스트 모션>의 작업 이미지뿐만 아니라, 작업 과정에서 작가가 얻은 생각과 감정 등이 내밀하게 기록된 텍스트 ‘몸-눈 일지’가 담겨 작가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 또한 책의 편집을 맡은 보스토크 매거진 박지수 편집장이 쓴 ‘편집-일지’ 그리고 작가와 편집자가 작업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주고받은 이메일도 함께 실려 이번
작업을 좀 더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잔상. 기억은 열화된다. 잔상은 눈과 스크린을 타고 옮겨가는 동안 찢어지고 누락된다. 누군가의 눈에, 카메라의 유리눈에 닿았던 장면은 흘러내린다. 조금씩 눈치채지 못할 만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그럼에도 잔상을 복원하고 복기하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잔상의 일부는 지금-이곳으로 다시
불려오고, 다른 일부는 망막의 일부가 되어 몸의 일부가 되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