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어난 일에 가정을 씌우는 건 중독성이 강하다. 상상 속에 또 다른 나를 만들어서 외롭고 별 볼 일 없는 현실을 견딘다. 예를 들자면 전학의 경우 '내가 만약 엄청 예뻤다면'이라는 가정하에 오자마자 인기가 폭발하는 걸 상상하며 말 그대로 친구가 하나도 없는 상황을 버티고, 이사의 경우 '내가 만약 돈이 많았다면'이라는 가정하에 가구 브랜드의 카탈로그 속 연출 이미지를 상상하며 천장의 곰팡이 자국과 방울 단위 의 수압, 다리가 많은 벌레들을 묵묵히 수용하고, 회의의 경우 '내가 만약 말을 잘했다면'이라는 가정하에 모두의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유창한 프레젠테이션을 상상하며 염소 같은 내 목소리가 울려 퍼진 후의 적막, 나만큼이나 불안한 동료의 시선 처리와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니 다시 설명해달라는 상사의 피드백을 감내하는 식이다. (11쪽)
작가/출판사
임소라 · 하우위아
판형(가로/크기비교용)
105
판형(세로/크기비교용)
170
페이지
154쪽
출판년도
2019
판형(화면표시용)
105 x 170mm
[재입고] 시카고, 8개의 선 : 도시, 선 4 · 임소라
12,000
임소라 · 하우위아
'도시, 선'은 도시별 지하철 탑승기입니다. 모험과 도전 없이 정해진 길을 지나는 오락의 기록이자, 기점에서 종점까지 관찰한 것들을 얼마나 빠짐없이 수집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의 보고입니다. 지하철이 오가는 곳으로 '도시, 선'은 이어집니다.
도시, 선 4호 <시카고, 8개의 선>은 시카고의 지하철 탑승기입니다. 2019년 3월, 시카고를 누비는 8개의 노선 (Blue Line, Yellow Line, Purple Line, Red Line, Green Line, Brown Line, Pink Line, Orange Line) 안에서 보고 느낀 바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