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생각나서 다시 산에 가보았을 때, 웬일인지 공사는 멈춰있었다. 다음날 그리고 또 다음날 가보아도 공사는 없었다. 그리고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아마도 공사가 진행되다가 다시 경매에 넘어간 모양이었다. 그 산은 벌거벗은 모습으로 다시 긴 시간을 보냈고 속살을 드러내던 산에는 다시 새싹이 돋고 새들이 모였다. 하루는 덩그러니 컨테이너 상자가 있기도 하고, 쓰레기가 쌓여있기도 했다. 20억이 넘은 비싼 몸은 아마도 잘 팔리지 않는 듯했다. (3쪽)
작가/출판사
김재연
판형(가로/크기비교용)
320
판형(세로/크기비교용)
210
페이지
36쪽
출판년도
2021
판형(화면표시용)
320 x 210mm
[재입고] 가루산 · 김재연
50,000
김재연
『가루산』은 나와 늘 가까이 있던 산이 사라져 가는 모습을 포착해 사진으로 기록한 작업이다. 지금은 남아있지 않은 산들의 온전하지 못한 초상을 제본되지 않은 낱장 지면으로 옮겼다. 『가루산』의 원제는 "이 산을 기억하는 방법". 이 책 역시 우리가 가루산을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길 바란다. 산들의 초상을 한 권의 흐름으로 읽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