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물의 표면은 내 몸과 하나가
되었다. 흔들리고 부서지고 반짝이고
흘러간다. 구름이 낮게 깔리면 그것을 덮고
비가 오면 빗방울을 빨아들인다. 물 위에 떠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침묵 속에서 몸을
흔든다. 그것으로 말을 한다.(19쪽)
- 『물 위에 떠서』 중
'필연은 습관' 시리즈는 문장을 사용하는 규칙을 두고 있습니다. 책 속에서 같은 단어 혹은 문장이 쪽마다 반복되어 등장합니다. 희미하게 떠오른 문장의 실체는 얇은 페이지가 쌓이며 진해집니다. 한 문장 앞에 멈춰 몇 분 동안 바라보거나, 몇 번씩 되뇌어볼 수 있습니다. 10명의 시인이 필연과 습관 사이 각자만의 지점에서 적은 글을 작은 낱권으로 만들었습니다.
박시하 · 시와 소설을 씁니다. 2008년부터 시와 에세이를 쓴다. 시집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 등과 산문집 『쇼팽을 기다리는 사람』 등을 냈다.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읽고 쓰는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 아침의 커피, 산책과 옥상을 좋아한다.
*두꺼운 표지에 내지 마지막 페이지가 접착되어 있습니다. 강하게 당기면 뜯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