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사계절이 있는 게 싫었다. 적응할만하면 계절이 바뀌었고 나는 늘 계절을 쫓아 살아가는 기분이었다. 어른이 된 나는 낯선 관계에서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계절을 이용했다. ‘눅눅한 바람이 부는 거 보니 장마가 시작되나 봐요.’라든지 ‘어느새 겨울이 찾아왔네요.’ 같은 말을 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계절의 공기 안에 우리가 되어 스며드는 기분이 들곤 했다. 때때로 일상의 무의미한 나날들 사이에 한 줌 빛처럼 찾아오는 계절이 있어 순간이 풍경이 되고 기억이 되기도 했다. 모든 만남 뒤엔 늘 계절의 내음이 남았고 나는 다음 계절을 기다리곤 했다. 같은 계절 안에 서로 다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 당신에게 오늘의 계절은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다.
작가/출판사
박혜미
판형(가로/크기비교용)
210
판형(세로/크기비교용)
297
페이지
24쪽
출판년도
2019
판형(화면표시용)
210 x 297mm
[9차 입고] 사적인 계절 · 박혜미
17,500
박혜미
책 소개글
오늘의 계절에 대해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기억의 기록집
어릴 땐 사계절이 있는 게 싫었다. 적응할만하면 계절이 바뀌었고 나는 늘 계절을 쫓아 살아가는 기분이었다. 어른이 된 나는 낯선 관계에서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계절을 이용했다. ‘눅눅한 바람이 부는 거 보니 장마가 시작되나 봐요.’라든지 ‘어느새 겨울이 찾아왔네요.’ 같은 말을 하고 나면 왠지 모르게 계절의 공기 안에 우리가 되어 스며드는 기분이 들곤 했다. 때때로 일상의 무의미한 나날들 사이에 한 줌 빛처럼 찾아오는 계절이 있어 순간이 풍경이 되고 기억이 되기도 했다. 모든 만남 뒤엔 늘 계절의 내음이 남았고 나는 다음 계절을 기다리곤 했다. 같은 계절 안에 서로 다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 당신에게 오늘의 계절은 어땠는지 물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