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래픽 디자인 열기(ORGD)는 2022년 12월, 《디자이너 X의 설득》을 통해 그래픽 디자인 분야 안에서의 설득의 의미에 대해 다층적으로 살펴 보았다. 전시 1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X입니다.》에서는 김동하, 김영선, 김헵시바, 박고은, 박연주, 신신, 오디너리피플, OKOK Services × 길희연이 각자가 바라보는 설득에 대해 정의한바를 선보였다. 전시 2 《엘리베이터 피치》는 114명의 디자이너(팀)가 짧은 시간동안 보는 이로 하여금 설득력 있는 시각화 전략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한 지점들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설득이란 무엇일까? 디자이너의 역할을 고려한다면 프로젝트를 의뢰한 의뢰인, 곁에 있는 동료, 디자인 결과물을 소비하는 불특정 다수의 누군가, 심지어는 나 자신까지도 설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마주할 지 모를 논의의 장을 거쳐가며, 우리는 거미줄처럼 넓게 퍼져 있는 여러 사람의 의견과 맥락, 조건을 한 데 모으기 위해 아주 큰 중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둥둥 떠다녀서 만질 수 없던 마음들이 하나 둘 정체를 드러내 형태를 획득하면 비로소 주고 받은 언어가 하나의 구심점으로 결집한다.
ORGD의 네 번째 단면을 설득이라는 주제로 제시한 것은 일상에서 너무나 익숙한 이 행위를 바라보는 동시대 디자이너들의 시선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시에 참여한 디자이너 X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설득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관해 타이포그래피와 이미지, 웹사이트, 오브제, 대화의 형태로 자유로운 응답을 해주었고, 이미지 플랫폼을 모방한 온라인 전시장 안에서 짧은 시간 동안 화면을 점유하는 조건을 기꺼이 받아 들여 저마다의 방법론과 시각화 전략을 펼쳐 주었다.
시각 언어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소통의 국면에 대한 논의는 디자인의 역할과 수행에 대해 폭넓게 짚어 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했다. 더불어 많은 이들이 개인의 정체성과 지향성, 사회 문화적 보편성과 특수성, 이해 관계와 가치 판단과 같은 요인을 기반으로 수행되는 디자이너 X의 설득하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의견을 더해주기를 제안하고 싶다.